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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방의 문화생활

시 《아버지의 발화점》(정창준) - "낮은 곳마저 빼앗겼을 때 망루에 올라…" 파란시선 0023, 정창준 시집 <아름다운 자>정창준 지음│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167쪽│1만원│2018년 7월16일 서점 입고 예정 http://me2.do/5R2ZqpZK ◀책 정보 보기 정창준 시인이 이번에 펴낸 시집 첫머리에 있는 시 《아버지의 발화점》.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2009년 용산 참사를 글감으로 풀어 지었다.철거민의 남루한 삶, 그 속에서도 면면이 제 삶을 지키려는 이들의 외로운 싸움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냈다.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 들었고그래서 우리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새를묻히고 돌아다니다 귀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여름 밤의 잠은 퉁퉁 불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묻은몸은 울음의 .. 더보기
정창준 시집 <아름다운 자> - '잊히는 것'들을 현실에서 길어올리다 파란시선 0023, 정창준 시집 <아름다운 자>정창준 지음│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167쪽│1만원│2018년 7월16일 서점 입고 예정 http://me2.do/5R2ZqpZK ◀책 정보 보기 "낮은 곳에 있던 자가 망루에 오를 때는 낮은 곳마저 빼앗겼을 때다." 한동안 신문 지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고교 졸업을 앞둔 2011년 정창준 선생님께서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을 때, 선생님께서 쓴 시《아버지의 발화점》에 등장했던 대목이다. 고교 시절 문학 과목을 가르치던 은사님께서 이번에 개인 시집을 냈다.우리네 현실의 잊히는 대상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선생님의 문체를 매우 사랑한다.한번 사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아래는 선생님이 지은 대표작 중 하나. 천천히, 깊이 감상하기를. 아버지의 발화점 / 정.. 더보기
<미드나잇 인 파리>(2011) - 지금의 삶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죠 * 2017년 2학기 학교 과제 제출 감상문입니다. 누구든 사람은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 머무르는 걸 따분한 일로 바라본다. 그러나 시대를 옮겨 보자. 늘 동경하던 환상이 현실이 됐을 때, 그것은 다시 지루한 현실로 채색된다. 경제적 풍요로움 덕분에 낙천적 분위기가 흐르고 힘찬 시대적 에너지가 넘치던, 이른바 ‘황금시대’. 우디 앨런 감독은 이 시기의 파리를 찬미하고 그리는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선보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구조였다. 산만하고 복잡한 구성에 혀를 내둘렀다.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은, 환상과 몽환적인 요소를 듬뿍 가미했다. 과거에도 우디 앨런은 현실과 환상을 종종 거론했다. 1997년 펴낸 이란 책을 살펴보면, 스티그 비에르크만과 .. 더보기
‘내 말’을 끈덕지게 - <카페 만우절>(양선희, 나남, 2013) ▲드라마 의 민준국(정웅인 님) 또한 누군가의 세 치 혀로 큰 고통을 입었고, 그 때문에 그만...(출처 : 티스토리 블로그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 말’을 끈덕지게 3년 전 이맘때, 나는 동료들과 독립언론 을 창간했다. 의욕이 넘쳐 대학본부의 비정규교원 채용 계획, 교양강의 수업료 폭리 의혹 등의 특종을 연달아 보도했다. "도대체 여기 배경이 어떻기에 자신만만하게 기사를 내는지" 궁금한 이들이 많았나 보다. 뜬구름 잡는 소문들이 줄을 이었다. 쟤네들은 야당한테서 돈을 받는다더라. 종북세력이 을 만들었어. 학교 신문방송사 체육대회 때 사내 선·후배 사이로 뵌 적 있던 직원 선생님이 학보사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주사파 신문을 이기자!"는 건배사를 외쳤다는, 서글픈 이야기도 들려왔다. 말은 .. 더보기
오오 워킹맘, 그것은 고통 - <인턴(The Intern)>(2015) 내가 일하는 근무지엔 워킹맘들로 수두룩하다. 장애학생들의 활동을 보조하는 '특수교육실무원'들 20여 명 중 한두 명을 빼면 모두 남편과 자녀들을 먹여 살린다.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로 떨어지는 돈은 많아봐야 150만원 남짓이다. 오후 4시40분 함께 퇴근할 적이면 단골로 나오는 대사가 있다. "오늘 뭐해 먹지?" 그렇다. 이들은 직장일 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다. 집으로 돌아가면 식구들 먹일 밥상을 차린다. 밀린 빨래며, 청소며 하면 어느새 밤 여덟 시, 아홉 시를 훌쩍 넘긴다. 낮에 학생들 밥 먹이고, 똥오줌 가리는 것 도와주고 난 피곤함이 몰려온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을 뿐인데 스르르 졸음이 밀려든다. 피로에 포획당한 40대 중년의 삶이 저문다. 영화칼럼니스트 김세윤이 라디오 방송에서 '40대의 .. 더보기
개와 늑대의 시간 - <특종: 량첸살인기(The Exclusive : Beat the Devil's Tattoo)>(2015) 2007년,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여름에 문화방송(MBC)에서 드라마 을 방영했다. 이준기와 남상미가 열연했는데, 이준기는 국정원 요원으로 일하며 태국·한국 등지를 거점으로 마약 판매를 하는 폭력조직에 들어가 프락치로 암약한다. 그러던 중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국정원 요원이었단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만다. 드라마가 지배하는 시간적 분위기 또한 황혼이 드리우는 하늘이 자주 비친다. 아침 해가 뜰 새벽인지, 저녁이 다가오는 노을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 무렵 언덕에 비치는 동물이 내가 기르던 개인가, 나를 잡으러 오는 늑대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조간신문을 들여다본다. 온갖 사건과 사고, 소식, 논평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나의 기준'.. 더보기
단 한 사람을 위하여 - <마션(The Martian)>(2015) 많은 이들이 에 버금가는 역작이 나왔다, 혹은 우주판 가 나왔다며 흥분하더라. 그래서 을 봤다. 'Martian'...가만 보자, '화성인'을 말하는 건데? 그렇다면 '화성인'이 화성에서 생존하는 이야기겠군. 뻔히 드러나는 '생존 영화'의 한 부류겠거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관에 갔다.광활하다 못해 황량한 붉은 땅의 화성은 "생명이 과연 있기는 한걸까?"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의심을 품게 되는, '죽음의 땅'만 같다. 여기서 탐사를 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레스3 탐사대가 모래 폭풍을 만나 화급히 탐사선으로 귀환한다. 이 과정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대원이 장비 파편에 맞아 폭풍 너머 어둠으로 빨려 들어간다. 대원들은 그가 "사망했다" 판단하고, NASA 역시 이를 기정사실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