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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3억 똑같이 냈는데, 왜 우린 토론 한 번밖에..."(17.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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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3억 똑같이 냈는데, 왜 우린 토론 한 번밖에..."

서러운 군소후보들, 사재 털거나 빚내서 선거자금 마련... 거리유세는 꿈도 못 꿔


19대 대선에 출마한 오영국(59·경제애국당), 이경희(43·한국국민당), 윤홍식(43·홍익당), 김민찬(59·무소속) 등 군소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완주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받는 기성 정당 후보들과 비교할 때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자금'과 '조직'이 열악하다는 점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원내 의석이 없으니 국고보조금은 한 푼도 못 탔다.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꿈도 못 꾸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기탁금 3억 원, 공보물 보내는 데 3억 원...


▲오는 5월9일 열리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군소후보들의 선거 포스터. 기호13번 김정선(한반도미래연합) 후보의 경우, 20일 현재 공식 포스터가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당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책자형 선거공보'로 갈음했다. ⓒ 오영국, 이경희, 김정선, 윤홍식, 김민찬



무소속 김민찬 후보는 "흑백으로 된 한 장짜리 선거공보물 2320만 장을 전국 251개 지역선관위에 보내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3억 원 정도 들어갔다"고 했다. 이와는 별개로 대선 후보로 등록할 때 선관위에 기탁금 3억 원을 냈다. 2012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당초 5억 원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지만, 군소후보들에겐 이마저도 부담이라는 평이다.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기탁금은 전액 국고로 들어간다.


상당수 후보들이 개인 재산을 쓰거나 빚을 내는 식으로 선거비용을 조달했다. 김민찬 후보는 이미 6억 원 안팎을 쓴 터라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맸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는 "후원금을 모금하는 한편, 정당 차원에서 대출을 받아 선거비용을 마련했다"며 "여력이 되는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동네 현수막을 걸어주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유세 차량을 쓸 엄두가 안 난다. 그나마 거리 유세를 하는 후보는 자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 지난 17일 천안터미널에서 가두 홍보전에 나섰다. 자영업자, 택시기사, 청년들을 대상으로 명함을 돌렸다. 조촐한 규모지만 앞으로 정책콘서트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방송토론 한 번은 불공평해"


군소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선관위 주관 TV토론은 단 한 차례 열린다. 오는 24일 밤 11시에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에서 중계된다.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 원내 의석 5석 이상을 지닌 정당 후보 등을 대상으로 3회 이상 방송토론회를 열도록 한 현행 선거제도도 비판 대상이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는 "기탁금도 똑같이 3억 원씩 냈는데, 소위 '마이너리그'에 속하는 후보들은 방송토론을 한 번밖에 못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는 "기존 정치세력은 힘을 유지하겠지만 새로운 인물들은 자기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알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홍식 후보는 모든 후보를 상대로 동일한 횟수의 TV토론회를 보장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후보 간 질의응답 일색인 기존 토론 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진행해서 대통령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상황을 가정하고, '즉석에서 해결 방안을 내놔라'고 물어야 한다. 가령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 분쟁 시나리오를 알려주고, 적대적인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국민들을 위한 의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해결책을 듣는 것이다. 공약이야 선거캠프 실무진에서 빵빵하게 준비하니까 그것만 읊조리면 그만이다. 진짜 국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곤경에 빠뜨리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아 다르고 어 다른' 공직선거법 규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민찬 후보는 얼마 전 예비후보 자격으로 전자우편을 대량으로 보냈다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고소를 당했다. 중앙선관위에서 이메일과 문자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된다고 해서 보냈는데, 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3500명 이상의 시민들로부터 대통령 후보자 추천을 받을 때, 자기 메일 주소를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수집한 메일 주소다. 누군가 나를 각별히 생각해준다고 해서 메일 주소를 너무 많이 써서 보냈더라. 그 건 때문에 요새 시끄럽다."


이들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민찬 후보는 핵심 공약인 '비무장지대(DMZ)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의 추진계획과 기대효과를 자신이 직접 프리젠테이션한 강의 동영상을 촬영해 금주 중 유튜브에 올릴 것이라고 한다. 윤홍식 후보는 자기 홈페이지에 '대선후보 윤홍식에게 묻다'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질문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그에 따른 답변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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