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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릴레이 인터뷰 <대학 언론을 말한다> Ⅰ. 정연주 전 KBS 사장(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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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3면]릴레이 인터뷰 <대학 언론을 말한다> Ⅰ. 정연주 전 KBS 사장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자유를 갖다 주나?”


여기 한평생을 언론에 바친 ‘대선배’가 있다. 1970년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를 시작으로 한겨레신문을 거쳐 마침내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 KBS의 수장 자리에 오른 그 분, 바로 정연주(67) 전 KBS 사장이다. <국민저널>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 모처에서 정연주와 ‘대학 언론을 진단’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설 무렵부터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또 그가 가진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냉철한 언론인의 이미지에 푸근한 ‘이웃집 할아버지’를 투사할 수 있으니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술술 풀어냈다. “기자를 뜻하는 ‘reporter’에서 ‘re’를 빼면 ‘porter’, 즉 ‘짐꾼’입니다. 우리 때 기자들은 권력이 갖다 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날라다 쓰는 무기력한 존재였고, 스스로를 짐꾼이라 부르며 한탄했어요.” 유신정권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부터 이명박 정권의 ‘배임 기소 사태’에 이르기까지, 온갖 탄압과 저항을 산전수전 겪었기 때문일까. 서글픔이 휘몰아쳤다. 예나 저나 언론은 똑같구나. ‘진실을 추구’하다 보니 언제나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생채기를 당하는 불쌍한 존재.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싶었다. 혹시 위기에 처한 대학 언론을 지킬 방법은 없는지….


Q1. 대학 언론에 몸담았던 시절을 회상하면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나?


A. 학보사에서 일할 당시에 끊임없이 싸웠다. (웃음) 교수들과 참 많이 싸웠다. ‘참 많이 부딪쳤다’는 생각이 난다.


Q2. 학보사나 방송국 등 소위 ‘대학 언론’은 학생들이 접하는 언론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부속 기관으로서 엄연히 학교의 통제를 받고 있다. 장학금·취재 활동비·연수 등 모든 혜택을 학교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 입장에서도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내가 70년대 동아일보에서 언론자유운동을 펼칠 때도 그랬고, 올해 봄에 방송사들이 파업했을 때도 그랬듯이 대학 언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걸 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력과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 생각을 해보라.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나? 저항해야 한다. 저항해서 싸워야 한다. 그 방법 밖에 없다.


Q3. 대학 언론을 들여다보면, 교직원·주간교수 등 학교 관계자로부터 기사의 방향 수정 또는 삭제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기획 회의 단계에서부터 ‘시간 강사 문제’ 같은 기사 아이템이 잘려 나가는 등 사실상 ‘검열’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결국은 대학 언론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다. 대학 언론은 예산을 대학으로부터 받아서 신문 또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 구조적인 한계는 있을 것이다. 대학으로부터 예산을 의존받기 때문에 대학과 대립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하지 못하도록 검열을 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기능에 대한 훼손이기 때문에 마땅히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싸워야 한다. 한국 언론의 역사를 봐도 그렇고, 최근 방송사들의 파업을 봐도 그렇고 저항하고 싸울 수 있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그런 것을 갖다 주겠나? 이거는 있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 그것이 젊음의 특권이다.


Q4. 대학 언론이 학우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려면 ‘콘텐츠의 변화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떠한 방향으로 기사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보나?


A. 그 부분은 67살 먹은 나보다도 20대인 여러분들이 더 많이 알 것이다. 20대 여러분들의 동료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분이 가장 많이 알 것이다. 나는 20대의 감각이 없다. 콘텐츠의 방향은 여러분들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Q5.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 언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가 학보사 기자를 지낸 것이 나중에 언론인이 되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꼭 사회에 나가서 언론인이 되는데 유용하다기보다는 대학을 다닐 때 여러 가지 활동, 이러한 활동, 저러한 활동을 한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길게 보면, 대학 언론도 학내 여러 가지 활동 중의 하나로서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그러니 대학 언론의 독립을 위해 싸울 때는 싸우고, 대학 내부의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과 대화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혜롭게 잘하라.


Q6. 국민대학교 학우들이 직접 만드는 대안 언론, 자치 언론, 독립 언론 <국민저널>이 오는 12일 공식 창간을 맞이한다. 축하의 말씀 부탁드린다.


A. 일반 사회에서도 언론이 갖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공론장’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국민저널>도 대학 공동체 안에서 그러한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바람직한 방향이다.


박동우 기자 pdwp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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